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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08.11.26 나이 차보다 더한 문화 차이
작성자 김가영 등록일 2010-10-27 19:59:08 조회수 1375

 

나이 차보다 더한 문화 차이, 준비없는 결혼 파경 부른다

[2008.11.26 22:45]


한국男-베트남女 국제결혼의 ⅓ 차지

"지옥과 같은 생활이었습니다. 지리산 부근에서 외부와 완전 차단된 채 살았어요. 매일 울면서 지내야 했죠."(23세 응우엔 티번씨)

"하노이 한베문화교류센터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 김치 담그기 등을 배웠어요. 만약 한국 문화를 미리 알지 못했더라면 결혼과 동시에 파경에 이르렀을 겁니다."(22세 응우엔 타잉씨)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결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한 '한·베가정'의 잠재적 파경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한·베가정은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양국의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많은 가정이 갈등을 겪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한·베가정이 준비되지 않은 결혼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작부터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 곤경에 처한 베트남 여성들을 보호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늘고 있는 한·베다문화가족=2001년 한국인의 국제결혼 중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은 134건이었지만 2006년 1만131건으로 75배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다문화 가족의 3분의 1 수준. 베트남 주재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결혼 수속을 마치고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은 베트남 여성은 7956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9월30일 현재 5869명. 지난해부터 줄어든 것은 한·베가정에서 발생된 폭력과 자살 소식이 알려지면서 베트남 사회에서 좋지 않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영신 한베문화교류센터 원장은 "요즘 여전히 결혼 수속을 마치고 비자를 받기 위해 대사관 영사과를 방문하는 베트남 여성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심한 나이 차이,더 심한 문화 차이=전문가들은 한·베다문화가족 문제를 한국과 베트남의 세계관 충돌로 설명한다. 심상준 하노이대 초빙교수는 "베트남 여성의 지위가 한국 여성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주로 농촌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의 뿌리깊은 가부장적 전통으로 인해 문화 충격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전쟁 영웅 등 역사적 인물 가운데 여성이 매우 많고, 전통적인 촌락공동체 문화 속에서 여성의 역할이 강조돼 왔다. 남성은 주로 대외적인 일, 여성은 대내적인 일을 주도하면서 여성이 경제권을 장악하고 재산 소유와 상속 및 이혼, 조상 제사 등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행사한다. 특히 베트남에서 남자가 돈을 관리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김 원장은 "파경 비율이 높은 것은 보통 베트남 여성 연령이 20대 초반인 반면 한국 남성은 40세 전후"라며 "양측이 상대방 언어와 문화를 전혀 모른 채 중개업소 등을 통해 결혼한 뒤 한국 농촌 등지에서 거의 감금 상태로 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해법은 있다=전문가들은 사전교육 필요성을 강조한다.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을 위한 개별적인 교육과 부부교육을 통해 문화 간격을 우선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 모음재단(구 한민족복지재단)이 하노이에서 운영 중인 한베문화교류센터를 주목할 만하다. 이 센터는 2개월 과정으로 1년에 두차례 한베문화교실을 운영한다. 과정은 한국어(주 13시간), 일상생활(8시간), 한국요리(7시간), 한국역사(5시간), 한국어동화(4시간), 한국음악(3시간), 한국민속·문화(3시간) 등으로 이뤄진다. 모음재단 전북지부는 한국 남성을 위해 배우자 입국 전 2개월간 베트남 문화, 기초 베트남어 등을 교육시킨다. 또 3개월 과정으로 국내 한베가정 부부교육도 진행한다.

심 교수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전문가 풀 활용, 정부 관련 부처의 전문성과 통일성 제고, 베트남 여성을 위한 멘토링제 또는 대모제 실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중매업소 제재, 베트남 여성의 연락 및 안정망 설치, 한베다문화가족 프로그램 상시화 등을 제안했다.

국민일보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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